‘국내 3위 패스트푸드’ 몰락했다 8개월만에 돌아온 파파이스 이야기

한때 국내 5대 패스트푸드점 중 하나였던 ‘파파이스’ 가 지난 2020년 11월 26년 만에 한국을 떠난다는 소식에 파파이스 덕후들의 섭섭함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철수 8개월만에 파파이스는 한국시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때 독보적인 치킨과 감자튀김 맛으로 한국인들을 사로잡았던 파파이스는 왜 몰락의 길을 걸었을까?

파파이스 망한 이유

파파이스의 역사

파파이스는 1972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 남부식 프라이드 치킨을 파는 음식점으로 최초 이름은 ‘치킨 온 더 런’ 이었다가 곧 ‘파파이스’ 라는 이름으로 상호명을 바꾼다.

파파이스라는 이름은 당시 인기 영화였던 ‘프렌치 커넥션(1971)’ 에 나온 주인공의 별명 ‘팝아이(Popeye)’에서 따왔다고 한다.

개업 이후 파파이스는 특유의 맛으로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10년 만에 미국 내 치킨 패스트푸드점 3위에 올랐고, 1994년에는 압구정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국내 3위 패스트푸드' 몰락했다 8개월만에 돌아온 파파이스 이야기

당시 햄버거 시장에서는 소고기 패티가 정석이었는데 파파이스는 소고기 패티 대신 치킨 패티를 넣었고 케이준 스타일의 감자 튀김으로 한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파파이스의 감자 튀김은 다른 업체들과 비교해도 독보적일 만큼 바삭하고 맛있다는 평가가 많았고 이로인해 매니아층이 형성되었다.

파파이스 덕후들이 얼마나 파파이스를 좋아했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그 당시 프로야구팀 해태에서는 외국인 용병으로 ‘루이스 안두하’를 영입했다.

그런데 루이스는 한국 음식에 적응하지 못했고 구단 측에 자신이 좋아하는 파파이스 치킨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국내 3위 패스트푸드' 몰락했다 8개월만에 돌아온 파파이스 이야기

이때 구단에서는 어차피 치킨이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반 통닭을 사다줬는데 이 때문에 루이스는 단단히 화가 났고 결국 파파이스 치킨으로 시작된 구단측과의 불화로 인해 팀을 떠났다고 한다.

물론 그가 떠난데에는 치킨 한마리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런 사소한 일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다.

'국내 3위 패스트푸드' 몰락했다 8개월만에 돌아온 파파이스 이야기

1990년대 말 파파이스는 롯데리아에 이어 국내 패스트푸드점 3위까지 오르는 위엄을 보여주었다. 이때 5대 패스트푸드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KFC 그리고 파파이스 였다.

한국에서의 이러한 성공은 미국 본사의 관심을 끌었고 중국 진출의 태스크포스팀을 아예 한국 지사에서 꾸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국내에서 200호점까지 매장 수를 늘리며 성장했던 파파이스지만 2007년 이후 폐점하는 곳이 속출하기 시작한다.

파파이스가 몰락한 3가지 이유

파파이스가 한국에서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많은 이들이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웰빙 트렌드로 감자튀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파파이스가 몰락했다고 말하지만 이것만으로 파파이스의 몰락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미국식 프라이드 치킨을 파는 경쟁업체 KFC는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이다.

'국내 3위 패스트푸드' 몰락했다 8개월만에 돌아온 파파이스 이야기

1. 프리미엄 가격 전략의 실패

당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이 ‘저가 정책’을 펼치며 출혈 경쟁을 할 때에도 파파이스는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고수했다.

그 시절 빅맥 세트는 6000원이었지만 파파이스의 햄버거 세트는 8800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이와 더불어 다른 브랜드들이 모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출혈 경쟁을 벌였지만 파파이스는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다.

롯데리아 광고

단편적인 예로 2000년대에 롯데리아의 ‘니들이 게맛을 알어?’ 광고는 TV를 틀면 항상 나왔었고 패러디도 많아지면서 유행어로 남아 아직도 회자되고 있지만 파파이스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광고가 거의 없다.

2.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성장

이뿐 아니라 주력으로 내세운 미국 프라이드 치킨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성장

3. 매장 위주의 운영

마지막으로 배달보다 매장 운영을 주로 한 것도 패착 요인이었다. 다른 경쟁업체들은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며 매장위주에서 점차 배달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파파이스는 여전히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하는 운영에 집중했고 결국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20년 파파이스는 계약을 종료하면서 26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떠나게 되었다.

파파이스 몰락 이유

파파이스와 맘스터치

파파이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맘스터치는 싸이버거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다.

사실 이들은 같은 뿌리였다. 대한제당의 계열사인 TS푸드앤시스템은 파파이스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며 파파이스를 국내로 들여왔었고 파파이스 론칭 3년 후인 1997년 파파이스로부터 받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맘스터치를 만들게 된다.

맘스터치 정현식

초창기 맘스터치는 적자가 지속되는 등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으나 정현식 상무가 맘스터치를 인수하여 독립하고나서부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2005년 시그니처 버거인 싸이버거가 출시되었고, 이 싸이버거는 맘스터치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세우며 성공의 신호탄을 쐈다. 가맹점은 1천 개를 돌파했고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했다.

파파이스 싸이버거

이처럼 같은 뿌리를 가진 파파이스와 맘스터치의 희비가 엇갈린 요인으로는 상권 분석과 가격 전략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맘스터치가 주로 학교를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며 타겟팅을 확실히 했기 때문에 파파이스와는 달리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미국 파파이스 붐

파파이스 최신 근황

최근 미국에서는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의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한 시간씩 줄을 서거나 지역 내 매장을 모조리 돌아다닌다고 할 정도이다.

SNS에서는 이 치킨 샌드위치를 먹는 인증샷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미국의 유명 래퍼 쿠에보는 이 치킨 샌드위치를 개당 1천 달러에 팔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파파이스 부활

그리고 2022년 한국을 떠났던 파파이스가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을 알렸고 파파이스 덕후들은 환호했다.

파파이스와 계약한 기업은 신라 교역인데 이 기업의 주 사업은 원양어업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신라 교역이 파파이스와 계약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냐하면 신라 교역의 원양어업과 햄버거 사업은 전혀 다른 분야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신라 교역은 ‘신라다방원’이라는 외식업 경험도 있기 때문에 이 노하우를 살려 외식업에 진출하겠다고 한다.

'국내 3위 패스트푸드' 몰락했다 8개월만에 돌아온 파파이스 이야기

최근 다양한 기업에서 버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고든 램지 버거’는 모피, 잡화 전문 브랜드인 진경 사업이 들여왔고 지난해 7월에는 이삭 토스트로 유명한 이삭이 수제 버거 브랜드 이삭 버거를 론칭했다.

이처럼 너도나도 버거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진입 장벽은 낮은데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거 시장은 포장이나 배달에 적합하고 혼밥족에게 적합해 코로나 이후 더욱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파파이스 망한 이유

파파이스는 빠르면 22년 9월에 국내에 첫 매장을 선보인다고 하며 재진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파파이스가 한 번 철수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추억의 브랜드로 아쉬워하며 그리워하는 고객도 많다. 파파이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지만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의 파파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파파이스를 응원하면서 새로워진 파파이스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