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혁신의 아이콘’ 빌게이츠가 극찬한 아이리버 이야기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손쉽게 음악 감상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없었던 과거에는 어떻게 음악 감상을 했을까?

'토종 혁신의 아이콘' 빌게이츠가 극찬한 아이리버 이야기

90년대에는 1세대 아이돌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우리는 소니(SONY)에서 출시한 워크맨을 이용해서 음악을 듣곤 했다. 워크맨은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를 구매하여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오는 제품으로 당시에는 정말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토종 혁신의 아이콘' 빌게이츠가 극찬한 아이리버 이야기

2000년에 들어서면서 mp3 플레이어가 등장했고 음악 컨텐츠 소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그 중 우리나라 기업인 아이리버가 선두 주자였다. 아이리버(전신 레인콤)는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있었던 양덕준과 엔지니어 7명이 함께 자본금 3억 원으로 설립하면서 시작했고 대한민국 점유율 1위, 세계 시장 2위를 기록하며 1세대 벤처기업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곤 했다.

아이리버 이야기

아이리버는 2001년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6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2004년에는 4000억 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설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아이리버는 ‘Sorry Sony’ 라는 카피 광고를 미국시장에 내걸면서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소니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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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애플이 후발 주자로 들어오면서 아이리버를 라이벌로 지목할 정도로 그 위상은 대단했다. 이렇게 한국 토종 중소기업 아이리버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당시 양덕준 대표는 디자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미국으로 건너가 디자이너 김영세와 합작하여 당시에는 없던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바로 이때 탄생한 제품이 학창 시절 우리가 많이 사용했던 프리즘이라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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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만 해도 삼각형 기둥 모양의 디자인을 가진 mp3는 지금의 아이폰 못지않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프리즘은 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며 밀리언 셀러에 등극했으며 연이어 등장한 후속작 크래프트마저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토종 혁신의 아이콘' 빌게이츠가 극찬한 아이리버 이야기

이 제품 이후로 mp3 플레이어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제품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처럼 소비되었다. 또한 그 당시 전자제품은 전자랜드나 용산 등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아이리버는 음원을 주로 듣는 1020세대를 생각하여 온라인 판매도 진행하였고 예상은 적중하여 제품은 더욱 불티나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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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리버의 황금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애플은 파격적인 가격의 아이팟을 출시했고 아이튠즈라는 획기적인 툴을 시장에 내놓았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는 아이리버가 음원 시장을 소프트웨어는 소니가 꽉 잡고 있었는데 아이팟은 이 두 가지 기술을 합친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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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애플은 한국의 소리바다 등을 통한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고 저렴한 가격의 음원을 구매하여 저작권에 문제가 되지 않는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을 내세우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아이팟이 치명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면서 아이리버는 점차 점유율을 잃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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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고가형 제품으로 유명한 애플이지만 그당시만해도 애플이 쟁쟁한 경쟁 업체들을 쓰러뜨린 전략 중 하나가 바로 거부할 수 없는 가성비였다. 애플이 가격전략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제품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플래시 메모리를 삼성으로부터 반값으로 구매해서 가능했던 전략이었다.

2005년 아이리버는 애플을 타도하기 위해 H1이라는 제품을 출시했고 아이튠즈를 견제하기 위해 아이리버 플러스라는 플랫폼도 선보이면서 사과를 깨무는 도발적인 광고를 전 세계에 공개하며 타도 애플을 외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또한 아이리버 제품을 손에 들고 최고의 혁신이라 극찬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토종 혁신의 아이콘' 빌게이츠가 극찬한 아이리버 이야기

하지만 당찬 포부와는 달리 씹어먹힌 쪽은 아이리버였다. 아이튠즈에 비해 아이리버 플러스는 불편했으며 하드디스크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대규모 반품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이에 아이리버는 좌절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아주 쉬운 제품을 만들었는데 미키 마우스를 형상화한 제품이었다.

'토종 혁신의 아이콘' 빌게이츠가 극찬한 아이리버 이야기

제품은 잘 팔렸고 다시 아이리버에게 희망이 보이는 듯 했으나 이내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희대의 역작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막을 열었고 이 제품은 결국 아이리버의 마지막 히트작이 되고만다. 아이리버는 2014년 SK그룹에 인수되면서 음악 유통 사업도 하게 되었고 2019년에는 드림어스 컴퍼니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토종 혁신의 아이콘' 빌게이츠가 극찬한 아이리버 이야기

학창시절 학교가는 길을 즐겁게 해주었던 기업 아이리버, 언젠가 다시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 것이라 믿으며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