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어려운 국내 아파트 이름
가장 긴 아파트 이름, 최대 25자
서울시가 내린 특단의 조치
요즘 아파트 이름들을 보면 길고 복잡한 이름에 영어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불어나 이탈리아어 등을 조합해 이름을 지어 한두 번 듣고는 외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삼익 아파트’, ‘개나리 아파트’, ‘한보 아파트’와 같이 짧고 단순한 이름의 아파트 이름이 많아 부르기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동네 지리는 빠삭하다는 택시 기사들조차도 헷갈릴 정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이름을 가진 아파트는 광주에 있는 아파트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1차’ 라고 하는데 글자 수가 무려 25자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전국 아파트 이름은 평균 9.8자 정도인데 이는 90년대 아파트 이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아파트 이름은 건설업체가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나 이름이 걷잡을 수 없이 중구난방 길어지자 일각에서는 “너무 과하다” 라며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복잡하고 긴 아파트 네이밍에 대해 서울시가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 1월 2일 서울시에서는 ‘아파트 작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아파트 이름을 좀 더 쉽게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시 측 관계자는 민간 업체인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 이름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일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권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에서는 아파트 이름 간소화를 위해 지난해(22년) 12월 29일에도 ‘알기 쉽고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해당 토론회는 올해(23년) 2회 이상 추가로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서울시는 아파트 명칭 간소화를 강압적으로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와 시민들의 건전한 토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서울시에서 아파트 명칭 간소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가 600곳을 넘어서는데, 미리 논의해두지 않으면 향후 지어질 아파트에서도 명확한 의미 전달 없는 모호한 이름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연말에도 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70% 이상은 ‘요즘 아파트 이름이 너무 어렵고 비슷해서 집을 찾을 때 헷갈린 경험이 있다’ 라고 응답했다. 이에 더해 응답자들은 외국어나 외래어 이름에 대해 어렵게 느껴진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사에서 아파트 이름을 복잡한 외국어를 섞어 짓는 이유는 ‘이름을 긴 외국 명칭으로 만들어야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생겨나 집값이 올라간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경기도 의왕 지역의 자이 아파트는 최근 ‘인덕원 센트럴자이’로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때 원래 지어진 아파트 이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자치구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새로운 아파트가 지어질 경우 아파트 명칭에 대한 특별한 조례가 없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권고안을 통해 이름 최다 글자 수를 제한하고자 이를 추진하고 있다.